1학년 때는 학부생이어서 본격적인 설계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2학년이 되어 건축학과로 들어온 뒤 난생처음으로 제대로 하는 설계 프로젝트였다.
Building, Dwelling, Thinking - 현대인을 위한 집짓기
1. 사이트
사이트는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 394번길 25에 위치한 골목길을 선택했다. 이 길을 내가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이다. 이 골목길에는 500년 된 우물이 보존되어 있는 굉장히 오래된 골목길이다. 맞은편에는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이어진 하늘을 가리는 등꽃 그늘이 있는데, 이 그늘에는 수많은 참새들이 찾아와 지저귄다. 새의 울음소리, 시원한 그늘, 등꽃이 주는 시각적인 자극과 오래된 골목의 한적함. 이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되어 느껴지는 공간의 분위기는 나에게는 큰 울림을 주었고 이 사이트에 설계를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선택을 했다.
2. 컨셉
이번 프로젝트는 하이데거의 건축사상을 바탕으로 설계를 진행하도록 했다. 하이데거의 건축사상에 대해 공부하는데,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건축은 죽을 자로서 인간이 지상에 거주하는 방식이다'. 그가 말하기를 인간은 결국엔 죽음에 이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의 유한성을 자각함으로써, 삶을 더욱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 사상을 바탕으로 나는 죽음을 위한 건축을 해보고자 했다. 그럼 죽음을 위한 건축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나는 3가지 컨셉를 제안했다. 1. 커뮤니티 2. 시간성 3. 사색의 공간 우리는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으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상실에 대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 것이고, 생각조차 하기 싫을 수 도있다. 하지만 상실은 갑작스럽게 온다. 그리고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실은 큰 괴로움으로 다가오고 그동안의 일에 대한 후회가 덮쳐온다. 나는 이러한 상실에 대한 인식을 주고자 했다. 상실에 대한 인식은 먼저 유대 관계로부터 온다. 내가 커뮤니티를 제안한 이유이다. 평소 유대관계가 없었던 사람의 죽음과 유대관계가 크게 형성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이 집합주거는 기본적으로 1인 주거형태로 하여,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커뮤니티를 통해 가족 같은 유대관계를 먼저 심어주고자 했다. 그것이 상실에 대한 인식의 첫걸음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건물에 시간성을 부여하여,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게 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 내가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그러한 생각이 지금의 삶을 조금 더 충실히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을 제안했다.
3. 투시도
이번 설계는 사나의 모리야마 주택을 참고를 많이 했다. 정말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을 참고한 거라 딱 보면 친숙하게 느껴지고, 설계에 있어서 내 색깔이 안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리야마 주택을 처음 봤을 때 그 강렬한 느낌과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개념에 가장 잘 부합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해 진행을 하였다.
4. 손도면
이번 프로젝트는 전부 손도면으로 진행하였다. 평소에 손재주가 별로 없는 편이어서, 그린다고 애썼지만 전부 그리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
건물은 전부 독립된 형태로 되어 있다.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가려면 무조건 외부를 거쳐야 한다. 내부에서 내부로 거치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지 않냐?라는 질문이 있었지만, 내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도록 하면, 건물 자체가 하나가 되어 큰 덩어리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위치한 이 집은 하나의 큰 덩어리보단, 각각이 분절되고, 분절된 건물 사이 공간이 또 다른 골목으로 형성되는 것이 이 사이트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을 하여, 내부에서 내부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지 않았다.
5. 프로그램
6. 모형
설계를 끝낸 후..
이번 설계는 신경을 쓸게 많았다. 법령, 정북 일조 거리, 단열, 지붕 디테일 등등.. 아무런 지식이 없었던 나에게 이러한 부분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게 다소 어렵고 까다롭기는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르 통해 정말 많은 지식을 얻어갔다. 교수님도 최대한 한 명 한 명 설계 컨셉에 맞추어서 크리틱 해주셔서 즐겁게 마감까지 올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너무나도 배울게 많다. 매일매일 발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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